Discover칼럼[란코프] 북한의 두 국가론
[란코프] 북한의 두 국가론

[란코프] 북한의 두 국가론

Update: 2024-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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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사상 역사에서 지난해 1230일은 뜻깊은 날로 기록될 겁니다. 그 날, 북한은 70여 년 동안 공식 사상의 중요한 기본 원칙 중 하나를 포기했습니다. 바로 평화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주장입니다.


 


이런 큰 변화는 북한의 사상 역사에서 1970년대 이후 처음입니다. 당시 북한은 소련식 맑스주의를 주체사상으로 대체했습니다.


 


객관적으로 말하면 김정은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는 어느 정도 진실을 인정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평화통일에 대한 주장은 처음부터 별 근거가 없는 헛된 꿈이었습니다. 북한이 이러한 주장을 했던 이유는 다른 무엇보다도 국내에서, 특히 남한에서 좌익 민족주의 세력의 동조를 얻기 위한 방법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북한이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그만둔 이유는 북한 국내 정치 즉 민중에 대한 사상 교육 때문입니다. 인민들이 어렵게 사는 북한이 부자 국가인 남한과 같은 나라라고 계속 시끄럽게 주장했기 때문에 사상 교육에서 심한 후과가 생겼습니다. 북한 평백성들은 자신의 어려운 상태를, 그들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남한의 상황과 계속 비교한다면 체제에 대한 불만이 커질 수 있습니다.


 


지금 북한 당국은 남한이 일본이나 미국처럼 다른 나라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는데요. 평백성들은 이 사실을 진짜 믿게 된다면, 남한에 대한 부러움도 줄어들고 체제에 대한 불만도 줄어들 것을 기대한 겁니다.


 


그러나 이것은 첫걸음일 뿐이라고 생각됩니다. 북한의 선전이 어떻게 바뀔지 아직 알 수 없지만, 2-3년 동안 북한 선전일꾼들의 주장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북한 관영 언론과 선전일꾼들은 한국 사람들을 매우 부정적으로 묘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거 북한은 한국의 집권 계층을 집중적으로 비난하는 반면 한국 사람들을 불쌍한 희생자로 묘사하기도 하고, 김일성이나 김정일, 김정은을 흠모해서 김씨 일가 통치하에서 살기 위해 싸우는 사람들로 묘사했습니다.


 


흥미롭게도 북한 문학이나 예술은 한국전쟁을 묘사할 때, 한국군 즉 국군에 대한 비난보다는 인민군과 미군이 싸우는 모습만 부각했습니다. 좋은 사례는 신천 박물관입니다. 1950년 말에 신천에서는 양민학살이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외의 세계 어디에나 잘 알려진 것은, 그 지역에 미군이 1명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학살 주체는 남한의 지원을 받은 현지 우익 세력이었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별로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내전, 즉 국내 대결이 있으면 세계 어디에나 양측 모두 학살, 고문, 만행을 저질러 왔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 사실을 인정하지 못했습니다. 계급투쟁 교육을 한다고 해도, 같은 민족이 서로 이만큼 참혹하게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곧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오늘날 북한 지도부는 남한을 다른 나라일 뿐 아니라 적대 민족으로 묘사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아마 머지않은 미래에 북한 문학작품이나 영화에서 제국주의자보다 더욱 더 참혹한 한국인 주인공들이 등장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역사를 정치투쟁 수단으로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 부문에서도 변화가 있을지 모릅니다. 예를 들면 북한은 지금도 고구려를 찬양하고 신라를 공격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신라를 다른 민족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가설이지만, 북한당국의 목적을 감안한다면 공식 문화에서 이러한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비교적 높아 보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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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코프 ∙ 국민대 교수